모터스포츠의 전략과 전술 2편

모터스포츠의 전략과 전술 2편

모터스포츠의 전략과 전술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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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스톱 작전과 타이어의 선택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모터스포츠에서 피트 스톱 작전과 타이어의 선택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연료를 많이 실어 차가 무거우면 타이어에 부담이 커져 레이스 후반에 속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피트 스톱 횟수를 줄이는 작전에서는 딱딱한 컴파운드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트 스톱 작전에서 성공하려면 사람의 머리로는 예측하기 힘든 복잡한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F1팀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작전을 점검한다. 경기가 열리는 서킷에 따라 연비, 무게에 따른 랩 타임의 변화율, 타이어의 조건, 피트 스톱에 걸리는 시간 등을 컴퓨터에 집어넣고 다양한 결과를 얻어낸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작전을 짜고, 심지어 머신의 세팅까지 결정한다.

평균 경기 거리가 305km 정도인 현재의 F1 시스템에서는 1~4스톱이 가능하다. 서킷에 따라 다르겠지만 1스톱 작전은 자주 쓰지 않는다. 몬자 등 일부 경기장에서 누군가 시도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언제나 2스톱보다 느리다는 결론이 나온다. 2스톱은 어느 경기장에서나 무난히 통하는 전략이다. 1스톱보다 연료를 적게 실을 수 있고, 3스톱보다 피트 출입의 횟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2스톱의 효율을 살리면서 3스톱의 이점도 얻는 변형 작전도 있다. 2스톱은 3스톱보다 예선에서 많은 연료를 실어야 한다. 만약 라이벌이 3스톱을 염두에 두고 연료량을 줄여 예선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면 역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2스톱이지만 연료를 넣는 양을 조절해 예선 때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전략이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60랩을 달리는 경기라고 가정해보자. 정상적으로 연료를 나누어 싣는다면 처음 20랩째, 그리고 다시 40랩째에 피트 스톱을 하면 된다. 한 번 연료를 넣을 때마다 20-20-20랩의 비율로 보기 좋게 3등분이 된다(3등분이지만 맨 처음 20랩까지는 예선 때 쓰고 남은 연료로 달린다).



변형 스톱은 첫 번째 급유를 상당히 빨리 하는 방식이다. 가령 첫번째 피트 스톱을 15랩에, 두 번째는 38랩에 한다고 가정하면 15-2322랩의 비율이 된다. 예선 때 연료를 15랩 분량만 남겨놓고 달리는 작전이다.



3스톱은 최근에 부쩍 유행하는 작전이다. 레이스 때 필요한 연료를 4등분하기 때문에 예선에서 적은 연료를 넣어 머신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머신이 경쟁팀보다 느리다고 판단될 때도 3스톱을 많이 선택한다. 다만 예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놓고 스타트에서 실수를 해 2스톱을 하는 상대에게 역전이 되면(실제로 이런 일이 많다) 오히려 따라잡을 기회를 완전히 놓치게 된다. 이 때문에 3스톱이면서도 변형 2스톱처럼 첫 번째 급유를 빨리 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4스톱은 잘 쓰이지 않는 방법이지만, 2003년 프랑스 그랑프리 때 미하엘 슈마허가 허를 찌르는 4스톱으로 우승을 낚은 일이 있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작전은 아니다.

물론 모든 레이스에 피트 스톱이 있는 것은 아니다. F1이나 국내의 BAT GT 챔피언십에서는 피트 스톱을 하지만, 유로 F3 등 경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40분 이내인 레이스에서는 연료를 더 넣을 필요도, 타이어를 바꿀 필요도 없어 피트 스톱을 하지 않는다.

F1에서조차 피트 스톱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 만약 연료탱크만 크다면 30초 이상 손해를 보는 피트 스톱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300km 이상 달릴 연료를 싣고 있으면 머신이 무거워져 피트 스톱을 한 경쟁차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는 전체 레이스 거리를 달리기 위해 필요한 연료 총량의 절반만 넣은 차가 연료를 다 쓸 때까지(레이스의 절반 진행) 달리면 처음부터 연료를 가득 싣고 달린 차보다 당시 시점(연료를 다 소모한 시점)에서 54초 빠르다. 연료를 가득 싣고 달린 차는 피트 스톱 없이 남은 절반의 레이스를 달릴 수 있지만 연료를 반만 채운 차는 한 차례 피트 스톱을 해 부족한 연료를 보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30초를 허비했다 해도 여전히 탱크에 연료를 가득 채우고 달린 차보다 24초가 앞선다.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많은 연료를 싣기 위해 탱크의 크기를 키우면 차체 디자인이 망가져 공기역학적인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이어의 선택도 자동차 경주에서 중요한 작전이 된다. 경주용 타이어는 재질이 말랑말랑해 노면에 착 달라붙는 소프트 타입, 이보다는 딱딱하지만 오래 써도 이상이 없는 하드타입 두 가지가 있다.

타이어 회사는 엔지니어를 현장에 파견해 그날의 날씨와 노면 온도 등을 고려해 최적의 제품을 권한다. 이를 따를지 아니면 역발상의 선택으로 모험을 할지는 레이싱팀의 몫이다. 앞에 방해되는 차가 없어서 추격자와의 간격을 벌리고 싶다면 소프트한 타입을, 후반 추월과 역전을 노린다면 딱딱한 컴파운드를 고른다.

2002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매클래런팀은 절묘한 타이어 작전으로 상대적으로 더 빠른 차를 갖고 있던 라이벌팀 페라리를 누르고 우승했다. 당시 매클래런팀은 지나치게 부드러워 몇 바퀴도 달리지 못할 것 같은 '슈퍼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미쉐린에 주문했다. 타이어가 부드러우면 1, 2랩은 빠르게 질주할 수 있지만 접지력이 오래가지 않는다. 예상대로 부드러운 타이어를 쓴 매클래런팀의 데이비드 쿨사드(David Coulthard)가 한 바퀴의 기록만 재는 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가지를 개조해 만든 모나코 서킷에서는 추월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쿨사드를 맹추격한 페라리팀의 미하엘 슈마허는 더 빠른 차를 가지고도 순위를 뒤집지 못했다. 실제로 이 경기에서 슈마허는 쿨사드보다 랩당 1초 이상이나 빠른 기록을 보여 스피드 면에서는 쿨사드를 압도했다. 더 느린 차가 팀의 전략을 앞세워 빠른 차를 누른 것이다. F1에서는 2005년부터 경기 중 타이어 교체를 금지시켰지만 타이어는 여전히 레이싱 작전의 중요한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2006년에는 다시 타이어 교체가 허용된다).

아무리 작전이 좋아도 승리하지 못하는 팀이 있다. 경주차나 드라이버가 객관적으로 열세인 경우다. 두뇌 플레이만으로 우승권에 도달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최하위권 팀이 기대 이상의 작전으로 중위권으로 올라간다든지, 중위권 팀이 자신의 예선 성적보다 많은 득점을 받는다든지 하는 작은 변화는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실력이 비슷한 상위권 팀 간의 대결에서는 작전이 위력을 발휘한다. FI 브라질 그랑프리의 경우 예선에서 선두와 최하위의 기록 차가 3초를 넘지 않는다. 눈 한번 깜빡일 사이면 1등이 꼴등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좋은 작전은 이처럼 촌각을 다투는 드라이버에게 10초 이상의 이익을 안겨주기도 한다.

 




압도적 힘의 작전, 페라리의 '데이토나 피니시'

결승선을 한 바퀴 남겨두고 1등부터 3등까지 달리는 차가 모두 같은 팀의 경주차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상황에 있는 이 팀에게도 작전이 필요할까? 놀랍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작전 이닌 작전이 나온 사례가 있다.

1967년 미국 데이토나에서 열린 24시간 내구 레이스, 330P4라는 프로토타입 경주차 3대를 내보낸 페라리는 1~3등으로 달리던 드라이버들에게 경기 종료 2시간 전에 엉뚱한 작전을 지시했다. "나란히 1열로 피니시하라"는 것이었다. 이 작전에 따라 경주차 3대가 나란히 어깨를 맞추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모터스포츠 역사상 가장 극적인 이 결승장면은 '데이토나 피니시(Daytona Finish)'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페라리가 이런 지시를 내린 이유는 미국 포드 자동차의 홈그라운드에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포드는 이 경기가 있기 수년 전부터 페라리 인수를 노렸다. 그러나 그의 야망은 메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에 막혀 수포로 돌아갔다.

격분한 모드는 페라리의 강점인 모터스포츠 분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그 결과 19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1.2위를 석권하며 페라리를 눌렀다.

복수를 노린 페라리는 바로 이듬해에 적의 심장부에서 1, 2등뿐 아니라 3등까지, 그것도 보란 듯이 3대가 나란히 골인하는 무력시위로 포드에 앙갚음했다.

이처럼 팀이 드라이버들에게 순위를 바꾸는 명령을 내리는 것을 팀오더(Team Order)라고 한다. 데이토나 피니시의 경우는 작전이라기보다 팀오더에 가깝다. F1에서는 고의적으로 순위를 바꾸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추월의 작전, 방어의 작전

레이스에서 앞선 차를 추월(Overtaking)하는 장면은 축구에서 골이 터지는 것만큼이나 보는 이를 흥분시킨다. 1등으로 달리는 차가 한 바퀴 뒤처진 최하위권 차(Backmarker)를 앞질러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력이 비슷한 경쟁자를 추월하기는 어렵다.

추월을 시도하는 드라이버는 나름대로 전략을 세운다. 어떤 지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추월할 것인지 계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전력이라면 블로킹하는 앞차가 더 유리하다.

브레이크와 공기 흐름을 이용한 추월 작전

출력의 차이가 크다면 직선 구간에서 간단히 따돌리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주로 코너에 진입하기 직전에 추월하는 작전을 쓴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긴 직선 구간이 끝난 뒤 속도를 급격히 줄여야 하는 코너 앞에서 상대보다 브레이킹을 늦추어 코너 안쪽의 유리한 지점을 먼저 차지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공기 흐름을 이용한 전략이다. 빠르게 달리는 F1 경주차의 뒤꽁무니 쪽에 공기 흐름 때문에 일종의 진공 지대가 만들어진다. 앞차의 꽁무니에 바싹 붙어 이 공간에 들어서면 상대보다 더 낮은 출력을 쓰고도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이를 슬립 스트리밍(Slip Streaming)이라 한다. 이렇게 따라붙어 달리다가 코너가 시작되기 전 옆으로 빠져나와 아꼈던 출력을 쓰면 손쉽게 추월할 수 있다.

유리한 라인을 선점하는 블로킹 작전

관중들의 눈에는 차가 2, 3대 일렬로 질주해도만큼 트랙이 넓어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로 드라이버들이 달리는 길은 한 라인밖에 없다. 가장 빠른 주로인이 길을 레코드 라인(Record Line)이라고 한다. 내 차의 출력이 뒤따르는 차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면 레코드 라인을 지키는 작전으로 적절하게 추월을 막을 수 있다.

이때 뒤차의 진로를 고의로 방해하는지, 아니면 정당한 라인 확보를 통해 기술적으로 블로킹하는지 판단하기가 애매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차가 지나쳐버린 코너와 앞으로 다가올 코너 사이의 직선 구간에서는 두 번 이상 진로를 바꾸면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유리한 라인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단 한 번 진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으로 블로킹할 수 있다. 라인을 옮기는 전략은 상대의 슬립 스트리밍을 방해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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