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최고의 감독 빈스 롬바르디

미식축구 최고의 감독 빈스 롬바르디

미식축구 최고의 감독 빈스 롬바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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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고 욕심이 많았던, 챔피언들의 지도자


빈스 롬바르디 Vince Lombardi(1913~1970)에게 있어 사물을 큰 구도에서 보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아주 사소한 요소들이다.

위스콘신주 미식축구팀인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의 감독 롬바르디가 자신이 좋아하는 경기에 남긴 서명을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보면 그들의 승리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며, 언젠가는 올 것이 오고야말리라는 것도.

전기작가 데이비드 매러니스 David Maraniss가 쓴 「아직 자부심이 있을 때 : 빈스 롬바르디의 인생 When Pride Still Mattered: A Life of Vince Lombardi』에는 "연습장으로 뛰어나가 매일 되풀이하는 훈련이 일상적이고도 익숙한 일이 될 때까지 쉬지 않고 뛸 것이다. 연습은 그들의 일부이며 혈관에 흐르는 피와 같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롬바르디가 지휘봉을 잡은 1959~1967년 사이 패커스는 아홉 시즌 가운데 다섯 번이나 시즌 챔피언이 됐고 NFL 에서만 85승을 기록했다.

롬바르디가 선수들에 대해 그토록 세심할 수 있었던 것은 연습할 때마다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했기 때문이다. 롬바르디 밑에서 10년간 선수생활을 했고 후에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윌리 데이비스 Willie Davis는 패커스 시절을 생각하며 말했다. “연습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선수는 시합 때 더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롬바르디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연습 때마다 더욱 세밀한 부분까지 지도했고, 일단 시합이 시작되면 이제 어떤 각오로 뛸지는 선수들의 몫이 됐다.”

이런 꼼꼼함은 롬바르디의 사생활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매러니스가 쓴 글을 보면 팀에서 선수로 뛰던 짐 헉스퍼드Jim Huxford가 한 말이 있다. "롬바르디는 매일 아침 7시 56분에 성당에 들어가면서 내가 그 앞을 지나가면 어김없이 손을 흔들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롬바르디는 종교생활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찾곤 했다.

매러니스는 “롬바르디가 최고의 감독으로서 연승 행진을 이어 가고 다른 감독들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려면 조금은 자신의 성격 가운데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변덕을 부릴 필요가 있었다"고 전한다. 어두운 면이란 롬바르디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조급함과 강한 승부사 기질일 것이다.

최고의 감독이 되려면 그런 기질을 잘 통제해야 했다. 선수들도 롬바르디가 엄격한 지도자이며 선수들에게 좋은 성적을 요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팀의 쿼터백이었던 바트 스타 Bart Starr는 이렇게도 말한다. “롬바르디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유머도 만점이어서 끊임없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웃겼다."

 

세심한 지도방법과 경기 운영


롬바르디는 코치를 선발할 때도 자기 못지않게 신중한 사람을 선호했다. 면접에서는 경기의 가장 세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선수가 달리면서 상대의 패스를 가로채는 방법에 대해서까지 시시콜콜 물어 보았다. 코치였던 레드 코크런Red Cochran은 “면접을 마쳤을 때는 마치 미식축구교실 입단시험이라도 치른 기분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무실에서도 롬바르디의 꼼꼼함은 끝이 없었다. 전기작가 매러니스에게 구술해 줄 때도 속기록을 보며 이것저것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매러니스는 속기록을 완성하고 나면 반드시 그걸 정리해서 타이핑하여 롬바르디 본인으로부터 최종검토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그는 올바른 방법으로 우승하는 것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경기나 연습을 한 다음날에는 모두 모여 전날 경기의 녹화 화면을 보며 실수나 고쳐야 할 점을 찾는 것이 일과였다.

공격형 가드로서 상도 세 번이나 탄 게일 길링햄 Gale Gilllingham도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아무리 진영을 구축해도 잘못된 점은 있게 마련이고 녹화 필름을 보며 감독에게 혼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떤 필름은 문자 그대로 비난으로 점철되었고, 때로는 롬바르디의 지적이 정말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롬바르디는 어떤 실패도 용납하지 않았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때까지 몰아붙이는 타입이었다. 당시를 기억하며 스타는 이렇게 회상한다. “롬바르디가 입버릇처럼 되풀이한 말은 '우리는 쉬지 않고 완벽을 추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쩌면 완벽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계속 나아가다 보면 다른 이들보다는 월등해질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이 완벽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이렇게 눈앞에 서 있다고 말하곤 했다. 롬바르디는 우리가 그저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벽해지기를 원했다. 그의 훈련방식은 두고두고 우리 모두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었다."

롬바르디는 특히 훈련이나 시합에서 항상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중시했다.
"누군가를 그저 한번 쫓아가 보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제압할 수 없다.

어떤 게임에서든 계속해서 이기고

그 과정에도 역시 충실해야만 한다."

데이비스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롬바르디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 스스로 그 원칙에 충실한 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롬바르디가 패배라면 질색을 했다는 것은 이제 체육계에서 전설이 됐지만, 패배에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점 역시 유명하다. 롬바르디는 선수들 전원이 자신처럼 행동하기를 원했다. 1960년 전미대회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에 17대 13으로 패한 뒤 그는 선수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길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는지 모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일체의 의구심도 없었다. 우리는 내년에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패배를 맛보지 않겠다.”

패커스는 다음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롬바르디가 사령탑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는다.

 

한계에 도전하라


롬바르디가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는 것은 선수들을 각자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데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롬바르디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언제 선수가 한계에 도달하고 언제 도움이 필요한지를 안다는 것이었다.

패커스의 공격수였던 제리 크레이머 Jerry Kramer는 처음 팀에 들어갔을 때 롬바르디가 지나치게 훈련을 강요한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패커스팀이 여름 전지훈련을 갔을 때다. 무더위 속에서 90분간 강훈련을 했다. 크레이머가 오프사이드 점프에서 약간의 실수를 했는데 롬바르디는 "대학선수의 한계는 5분이고 고등학생은 3분, 유치원 아이들은 30초인데 너는 그것보다도 못하다. 어디서 그런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나?" 하며 다그쳤다. 그러나 훈련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크레이머가 혼자 앉아 실수를 떠올리며 고민하고 있을 때 롬바르디가 다가와 위로의 말을 던졌다. "언젠가 자네는 최고의 미식축구선수가 될거야."

"롬바르디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목표는 최고의 선수가 됐다. 그 후 그것을 위해 매진했고 내 생활태도 자체가 바뀌었다."

선수들은 "패커스가 우승하려면 롬바르디라는 존재가 필요했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현재 LA에서 다섯 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는 올프로 방송All Pro Broadcasting Inc.의 사장인 데이비스는 "운동이든 사업이든 뭔가를 이루려면 그 뒤에는 모든 것을 추진하는 강한 행동과 성격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데이비스는 "지도자의 추진력이 조직의 추진력이다. 롬바르디의 경우를 보면 소심하고 쉽게 압도당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맞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롬바르디는 자기 자신은 물론 어느 누구도, 심지어 자신의 상사도 자신이 하는 일을 방해하도록 용납하지 않았다. 처음 패커스의 감독직에 응할 때 패커스 재단 이사회에 팀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요구했다. 매러니스의 말에 의하면 롬바르디는 자신이 팀을 통제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구단주인 도미니크 올리니 채크Dominic Olejniczak의 주차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이런 성향 때문에 롬바르디는 선수들을 지나치게 몰아붙인다는 이유로 자주 비난받았다. 그러나 정작 선수들은 그런 면에서 롬바르디를 비판하지 않는다. 데이비스는 “롬바르디의 지도방식이 우승을 이끌어낸 것을 보면 아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방식은 원칙과 선수들 자신이 만들어야 할 문화로 이뤄져 있고 거기에 이따금 가혹할 정도로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감독의 모습이 겹쳐져 있다.”

롬바르디의 팀 운영방식은 분명 1960년대에는 통했지만 오늘날도 이런 방식이 먹혀들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롬바르디의 옛 선수들은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스타는 “롬바르디가 제시한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 마이애미 돌핀스 감독 돈 슐러 Don Shula나 롬바르디를 보라. 원칙이 중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롬바르디만큼 자기 원칙이 똑바로 선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스타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롬바르디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전설을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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